본문 바로가기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캐나다 워홀 3장] 첫발을 딛다.



본래 목적지는 캘거리였지만 캘거리까지가는 직항노선이 없어 일단은 밴쿠버행을 택했습니다. 아니 택했다기보다는 유일하게 존재하는 비행기 티켓이었습니다. ^^ 
밴쿠버에가면 어떻게든 캘거리에 갈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일단은 떠났습니다. 
밴쿠버까지 11시간에 이르는 비행은 생각보다 고되었습니다. 
하지만 진짜 고생은 비행기에서 내려서부터였죠. 20대 초반부터 이태원 클럽을 전전하고 다니던 덕에 외국인, 외국말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지만 영어공부를 게을리하고 살아온 결과로 일단 어휘가 너무나 약했습니다. 곳곳에 쓰여져 있는 꼬부랑 말 중 모르는 말들이 절반 이상이었습니다.

입국심사를 받으러 줄을서서 기다리는데 비행기에서 봤던 한국 아주머니가 계시더군요. 
아주머니께서 처음온거냐고 그러시길래 워킹홀리데이비자로 왔고 캐나다는 처음왔다고 하며 워홀비자를 보여드리니 제가 서있던 줄에 서서 입국심사를 받고 오른쪽 문으로 들어가야할거라고 하시더군요. 
알고보니 전 이민국에서 심사를 다시 받고 비자기간을 확정받아야 했습니다. 당시에는 그 사실도 모르고 그냥 시키는데로 입국심사 데스크에서 대충 심사를 받고 오른편에 위치한 문으로 들어갔습니다. 

긴줄이이어져 있었고, 아랍계, 중국계, 인도계 등의 사람들이 가족단위로 많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이 이민을 와서 이민 수속을 밟으려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제 차례가 되어 심사관 앞에서니 왠지 모르게 살짝 떨렸습니다. 
미리 듣고 오기로는 비자의 기간을 지정해주는 것이 심사관 마음이라 6개월을 주기도 하고 3개월을 주기도 한다기에 혹시나 내가 그런 케이스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사실 심사관의 질문은 매우 기본적이고 형식적인 것들이었습니다. 왜 왔냐, 언제 돌아갈꺼냐, 여기서 머해서 먹고살거냐 등등 뻔한 질문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심사를 마치고 짐을 찾아나오니 진땀이 났습니다. 
진땀을 빼고나니 목이 말라 식수대 얼굴을 묻고 물을 홀짝 거리며 생각했습니다.
이제 어디로 가야하지?? ;;; 멀 해야하지?

숙소도 잡고 오지 않았고 데리러올 사람도 없어 그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주머니 속 돈이 잘있나 확인을 해보고 일단은 걸었습니다. 공항밖으로 빠져나가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걸어서 빠져나온 공항 밖의 날씨는 너무나 화창했습니다. 
일단은 다운타운으로 나가야 게스트하우스든 민박이든 당장 잘 곳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다운타운으로 가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 쉽지가 않았습니다. 

그렇게 주차장과 버스정류장을 헤매고 있다가 문득 만난 한국 아저씨.. 한국어로 여쭤봤습니다. 
다운타운 갈라면 어떻게 가야하나요? 
버스편을 알려주셨습니다. 
그리고 다시 여쭈었습니다. 
다운타운 가면 싸게 묵을 수 있는 숙소가 있을까요?
했더니 위험하게 돌아다니지 말고 일단 한국인 민박을 잡아서 거기서 물어보고 다니라고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친절히 자신이 아는 한인 민박집 전화번호도 알려주셨습니다.

그렇게 전화한 한인민박에서는 꼴뚜기 같이 생긴 청년이 절 데리러 왔고 드디어 일단 잘 곳을 마련했습니다. 
한국 민박이라 그런지 역시나 한국인들 뿐이더군요 ㅋ 

직접 도착해서보니 생각보다 깨끗한 집이었습니다. 주인분들의 계산법이 희안하기는 했지만 말이죠 ㅎㅎ 
큰 일은 아니었습니다. 

 



다행히 이곳에서 너무나 좋은사람들을 만나 함께 놀러다녔습니다. 
 

TD뱅크에서 은행계좌도 틀었습니다. (은행에 들어가자마자 직원이 코리안이냐고 묻더군요. 그렇다고 하니까 한국인 직원이 바로 나왔습니다. +_+)  
밴쿠버를 설쿠버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겠더군요. 한국인이 워낙 많기도 하지만 한국어만 구사할 줄 알아도 살 수 있을 만큼 한국사람들을 위한 편의가 잘 갖춰져 있는 곳이었습니다. (영어를 배우기 위한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지요.)

신나게 놀러다니면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여행사를 알게되어 그곳에서 본래 목적지였던 캘거리행 비행기 티켓도 구매했습니다. 
제기억에 굉장히 비싸게 주고 샀습니다. (약 200불 가량)
역시 국외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같은 민족이더군요.. 그렇게 등쳐먹다니.. ;;

가져온 돈은 정확히 1000불.. 아직 목적지인 캘거리에는 가지도 못했는데 밴쿠버 도착 4일만에 벌써 절반인 400불을 써버린..;;
머 아깝지는 않았습니다. 지금도 연락하고 지내는 너무나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신나게 놀았으니까요. 

하지만 슬슬 후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돈은 얼마 안남았고 캘거리에 가서도 아직 갈곳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죠.
한인 민박은 1주일을 선결제하고 묶었지만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당초 목적지였던 캘거리로 떠났습니다. 

그저 몇일 같이 논건 뿐인데 벌써 정이들어 모두들 공항까지 마중을 나와주셨습니다. ㅠㅠ 
이상하게 한국에서 밴쿠버로 올때보다 밴쿠버에서 캘거리를 가는 것이 더 마음이 무겁더군요.. 이제 진짜 혼자다.. 라는 생각에..